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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생제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당장의 치료 효과를 위해 주저 없이 사용하자니 내성이란 놈이 무섭고, 안 쓰고 미적거리다가 병을 키울까 두렵기도 하다. 강력한 내성을 지닌 슈퍼박테리아의 출현은 엄마들을 더욱 걱정스럽게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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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기본적인 공부부터 시작하자. 어설프게 알고 있는 정보로 항생제 사용이 위험하네, 괜찮네 하는 오류에 빠져서는 안 되니 말이다. 항생제는 특정 세균 감염에 의한 염증을 치료하는 특수 치료제다. 인류는 오랫동안 감염성 질환으로 수많은 생명을 잃어왔는데, 그 원인이 되는 세균(박테리아)을 죽이는 치료제가 페니실린으로 대표되는 항생제다. 모든 약제가 부작용이 있듯 아직까지 이 페니실린도 부작용이 많고, 과학 기술이 발전하면서 더 강력하고 부작용이 적은 물질이 끊임없이 개발되고 있다. 항생제는 사람들을 질병에서 구하는 가장 강력하고 효과적인 방법인 동시에 부작용의 위험에 노출시키는 양면성을 띠고 있다.

어떤 효과가 있을까?

항생제는 감염 질환의 원인이 되는 세균을 선택적으로 억제하거나 죽이는 역할을 한다. 한마디로 세균성 염증 치료에 강력한 효과가 있다. 하지만 바이러스에는 힘을 쓰지 못한다. 한때 감기에 항생제를 무분별하게 처방하는 게 논란이 됐던 이유는 감기의 약 80%는 바이러스가 원인이기 때문이다. 바이러스로 인한 감기에는 항생제 처방은 필요하지 않다. 하지만 감기가 진행이 되면 세균 감염으로 이어지게 된다는 게 문제. 처음 감기에 걸려 기침, 콧물, 가래, 열 등의 증상이 1주 이상 끌게 되거나 다른 증상이 동반된다면 세균 감염이 합병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중이염, 부비동염, 폐렴, 뇌수막염 등으로 인해 세균성 질환이 생기면 항생제 처방이 필요하다. 만약 필요한 시점에 항생제를 쓰지 않고 버티면 자칫 심각한 병으로 이어져 건강을 위협할 수 있는 것. 나중에 더 많은 항생제를 쓰게 되는 건 당연지사다.

항생제 내성이란 뭘까?

항생제의 가장 큰 부작용은 바로 ‘내성’이다. 흔히 내성이라고 하면 우리 몸에 항생제가 쌓여 약효가 듣지 않는 거라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정확하게 말하면 내성은 우리 몸에 생기는 게 아니라 세균에 생긴다. 즉, 세균이 항생제의 공격에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 DNA 변이를 통해 자체 방어 능력을 키우고 그 결과 다음에 그 항생제를 만나도 살아남게 되는 것이다.

의학의 발달로 새롭게 변이된 세균을 죽일 수 있는 또 다른 항생제를 계속 만들어내고 있지만 세균 역시 지속적으로 강해지고 있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슈퍼박테리아’는 여러 항생제에도 살아남는 강력한 내성을 지닌 세균이다. 이외에도 항생제의 효과가 위와 대장에 있는 유용한 세균까지 죽인다는 점도 항생제 사용을 꺼림칙하게 만드는 요인. 사람에 따라 항생제를 복용한 뒤 위장장애, 식욕부진, 구토, 설사 등의 증상을 호소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아이들에게 알맞은 항생제 처방은?

2009년도 의약품 소비량 및 판매액 통계조사에 따르면 국내 항생제·항진균제·항바이러스제 등을 포함하는 항감염약의 1000명당 1일 소비량은 OECD 국가 중 1위다. 항생제를 쓰면 합병되는 세균성 감염을 줄일 수 있기에 병이 빨리 나을 수 있다. 하지만 여러 원인에 의해 생기는 내성 등의 부작용에 노출될 위험도 그만큼 커진다. 특히 면역체계가 완성되지 않은 아이들은 더욱 주의해야 한다.

그렇다면 어떤 상황일 때 얼마만큼의 항생제를 써야할까. 적정 시기를 놓치지 말고 신속하게 복용하는 것이 가장 현명하다. 간혹 의사가 지나치게 많은 항생제를 처방하지는 않을까 염려하는 엄마도 있다. 병의 증상에 따라 항생제를 처방할지, 한동안 지켜볼지는 어디까지나 의사의 재량에 달려 있다. 또한 비슷한 효과를 내는 같은 계열의 항생제 중에서 어떤 약을 고를지도 의사에게 달렸다. 하지만 복용량은 아이의 체중이나 병의 종류, 경중도에 따라 처방된다. 즉 약을 개발할 때 이런 것을 고려해서 몇 ㎖ 정도를 처방할 지 표준화된 시스템이 있어서 의사들도 이를 근거로 처방한다.

하지만 항생제 ‘처방 빈도’가 높은 병원은 있을 수 있는데, 만약 우리 동네 병원의 항생제 처방률이 궁금하다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홈페이지를 참고하자. 지난 2002년부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는 홈페이지(www.hira.or.kr)를 통해 항생제 처방률을 공개하기 시작했고, 2005년도부터는 전국 의료기관의 급성상기도감염에 대한 항생제 처방률을 누구든지 조회할 수 있게 했다. ‘병원·질병 정보 → 병원평가 정보’로 들어가면 각 병원의 항생제 처방률 데이터를 한눈에 볼 수 있다. 항생제 처방률이 5% 미만인 병원이 있는가 하면, 80%를 훨씬 웃도는 병원이 있을 만큼 항생제 처방률은 병원마다 차이를 보이고 있다.

결론은? 올바른 복용법 지키기!

다소 뻔한 결론이지만 항생제는 안 먹으면 좋지만 안 먹을 수 없는 치료약이다. 대신 과다한 사용은 절대 금해야 한다. 사실 올바른 항생제 사용은 의료진의 몫이다. 의사는 항생제를 사용할 건지, 그냥 지켜볼 것인지 결정해 가장 알맞은 처방을 내리고, 엄마는 정확하게 그 처방을 지키면 된다.

1 반드시 의사의 처방이 필요하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지만 항생제는 전문의의 처방이 있어야만 구입 가능한 의약품이다. 효과는 강하지만 그만큼 임의로 쓰면 안 되는 약인 것. 또 증상에 맞는 정확한 항생제 복용이 중요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 병 저 병 두루 잘 듣는 항생제가 아니라 정확하게 그 증상에 딱 맞는 항생제를 처방해야 내성의 위험도 줄이고 원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복용법 또한 정확하게 지켜야 한다. 우리나라는 원하는 경우 1차 의료기관 여기 저기서 진료를 받을 수 있기에 의료기관 쇼핑을 하는 사람이 많다. 가능한 한 곳의 병원에서 처방을 받아야 항생제도 꼭 필요한 만큼 복용할 수 있다.

2 처방대로 끝까지 다 먹여야 한다

아이에게 항생제를 먹이다가 증세가 좋아지면 임의로 복용을 중단하는 엄마들이 있다. 아이가 독한 항생제를 먹는 게 꺼려지는 마음은 이해하지만 이는 절대 금물. 증상이 일시적으로 좋아졌다고 사용을 중지하면 그 원인균이 완전히 죽지 않고 내성균이 생겨서 나중에는 치료해도 잘 낫지 않을 확률이 높아진다. 세균 감염증의 종류에 따라 사용해야 하는 항생제와 사용 기간은 다 다르다. 따라서 처방받은 항생제는 반드시 의사의 지시에 따라 투약 기간을 지켜야 한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혹시라도 증세가 비슷하다고 남은 항생제를 임의로 먹이는 일 또한 절대 없어야 한다.

3 감기 자체에는 항생제를 먹지 않는다

열이 나고 맑은 콧물이 흐르고 재채기를 하는 초기 감기 증세에는 항생제가 필요 없다. 서양에서는 감기에 걸려 병원에 가면 ‘푹 쉬라’는 의사의 권고와 함께 비타민이 많은 오렌지를 처방해준다고 한다. 사실 심하지 않은 대부분의 감기는 푹 쉬고, 잘 먹고, 좋은 공기 마시면 2주 안에 자연치유 되는 것이 정상이다. 하지만 숲 많은 유럽처럼 공기가 좋은 것도 아니고,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등에 다니며 단체생활을 하는 아이들이 많은 현실을 고려하면 항생제를 마냥 피해가기란 쉽지 않다. 다행스러운 점은 엄마들이 우려하는 것처럼 일상적인 감기에 복용하는 항생제로 인해 내성이 쉽게 생기지는 않는다는 사실. 슈퍼박테리아에 감염된 사례 역시 중증의 병으로 장기간 입원해 있던 이례적인 경우였다.

처방전에 있는 항생제 읽는 법

의료기관에서는 원하는 경우 처방전을 2장 발급해 준다. 환자는 보관용 처방전을 돌려받아 자신에게 처방된 약품을 이해하고 혹시 있을 수 있는 부작용이나 피해 발생 시 처방전을 입증 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 또한 처방전의 기록을 통해 약의 이름과 투여량을 확인할 수 있으며, 약의 종류가 궁금하면 병원이나 약국에 물어볼 수 있다. 아래 리스트는 소아청소년과에서 자주 처방하는 항생제 목록이다.

페니실린 계열 항생제 시럽제로 가장 흔하게 처방하는 항생제. ‘Amoxicillin+ clavulante’를 주성분으로 한다. 흰색 또는 누르스름한 색을 띠는 현탁액으로, 냉장 보관이 원칙. 유통기한은 7일. 복용 후 설사를 하기도 한다.

세파 계열 항생제 cafaclor를 성분으로 하는 2세대 세파, cefdinir 또는 cefpo-doxime을 성분으로 하는 3세대 세파 계열 항생제. 주로 붉은계열을 띠는 현탁액.

마이크로라이드 계열 항생제

1 clarithromycin을 성분으로 하는 항생제 시럽제 조제 시 새하얀 색의 현탄액이 된다. 냉장 보관해서는 안 되며, 15~30℃의 실온에 보관. 유통기한은 조제 후 2주.

2 roxithromycin을 성분으로 하는 항생제 가루약으로 나오는 항생제.

3 azithromycin을 성분으로 하는 항생제 1일 1회 요법으로 증상에 따라 복용 방법이 다양하다. 흰색 분말을 물에 희석하면 핑크색을 띠는 현탁액이 된다. 유통기한 상온에서 5일까지.

기획/ 박시전 기자 사진/ 박용관 도움말/ 손용규(방배GF소아청소년과 원장), 황인숙(참사랑 약국 약사, 비비맘 2기)